일상

개발자들의 영어 발표 스터디를 마치며

융서융서 2023. 12. 10. 23:32

글또 9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침 AUSG에서 재밌게 진행해온 영어 스터디를 마무리하고 있는 시점이라, 이 스터디에 대한 회고로 글또 활동을 시작해보려 한다. 

 

글또 페이지 -> https://www.notion.so/zzsza/ac5b18a482fb4df497d4e8257ad4d516


갑자기 웬 영어 스터디?

수능 영어를 제외하고는 생전 단 한 번도 영어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다가, 작년에 대학교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토익을 공부하다 처참한 실력에 "영어 좀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는 게 목표이기도 했고, 여행 가서도 영어를 잘 하면 친구도 사귀고 좋은 점이 많을 것 같다는 간단한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나름 작년 한 해동안 링글도 하고 6개월 간 주5일 전화영어도 하고, 겨울에 말레이시아로 한달살이를 다녀오면서 외국인 친구들도 사귀어보려고 노력하곤 했다. 

그리고 올해 8월, 첫 직장 AWS에 입사하게 되었다. 나는 작년에 AWS에서 인턴십을 하고 전환 오퍼를 받아서 올해 신입으로 입사를 한 케이스인데, 신입으로 입사를 하면 외국 지사의 신입 동기들과 함께 TechU 라는 글로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몇 개월 간 하게 된다.

작년에 같은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기에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입사를 했고(그때는 한국인 동기들과 한국어로 업무를 했다), 올해부터는 영어를 해야 할 거라고도 들었지만 평소에 여행을 하면서는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기에 "뭐 어떻게든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입사를 했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오니 외국인들과 업무에 필요한 소통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어려웠다.

그래서 그맘때 영어를 빨리 늘리고 싶은 마음에 정말 여러가지 영어 서비스들 (말해보카 / 영어회화학원 Culcom / 전화영어 / 링글 / etc)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돈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임에도 항상 기대했던 것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나처럼 영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만나서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회화 그룹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AUSG에서 스터디를 모집하던 시기였기에 개발자들끼리 자유 주제로 영어 기술 토크를 하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영어 발표 스터디를 개설하게 되었다. 

 

스터디 개설, 모집

사실 AUSG (대학생 클라우드 동아리) 에서 만든 스터디이다보니, 다들 컴퓨터 전공 대학생 혹은 직장인 개발자여서 영어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스터디 소개글을 쓰면서도 "괜히 뜬금없이 영어 스터디 열었다가 아무도 신청 안 하는 거 아니야...?" 하고 걱정을 했었는데 홍보글을 올린지 단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목표로 했던 5명이 모두 모아졌고 심지어 인원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많이 와서 예상 외의 인기에 정말 놀랐었다.

인원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고민도 했었는데, 나도 처음 열어보는 모임이고 인원이 많으면 운영이 어려울 것 같아서 딱 4명(나까지 5명)만 모집해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소수로 운영한 게 참 좋았다.

 

스터디 방식

스터디 방식은 간단했다.

1. 스터디 화상 회의실 안에서는 무조건 영어만 사용한다.

2. 매주 2~3명씩 돌아가면서 5~20분 사이의 발표를 준비한다. (모두가 2주에 한 번씩은 발표하게 됨)

3. 발표 주제는 꼭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

4. 발표가 끝나면 모두가 발표자에게 질문을 1개 이상 해야 한다. 

 

요약하면 그냥 "주제가 자율이고 언어가 영어일 뿐인" 간단한 기술 발표 스터디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게 너무나도 쑥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ㅋㅋㅋ 어색한 건 금방 사라지고 점차 다들 소통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주제는 매주 tech / non-tech 로 정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기술 주제가 아닌 "How to travel with low budget", "My favorite book is..." 와 같은 주제도 나와서 가볍고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발표 자료들

발표를 돌리는 방식은 처음에는 일주일에 1명씩 진행하는 것을 생각했는데, 첫 스터디날 Ground Rule을 정할 때 스터디원분들이 영어 실력을 늘리려면 "매주 모두가 발표하는 방식(일주일에 5명씩)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주셔서 첫 주에는 모두가 발표를 해보기도 했었고, 그러다보니 스터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나중에 가면 지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 중간지점으로 한 주에 2~3명씩 발표,즉 모두가 2주에 한 번은 발표를 준비하도록 수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율한 방식이 아주 딱 알맞았던 것 같아 스터디하며 이것저것 의견 내주신 스터디원 분들께 감사하다 :)

 

좋았던 점 💪

먼저 12주동안 열심히 진행한 스터디 기록을 공유해보고 싶다.

아래처럼 매주 2~3명씩 짧은 발표를 맡아서 매주 진행을 했는데, 스터디에 참여해주신 다섯 명 모두가 매번 정말 알차게 발표를 준비해주셨다. 아래 목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말 모두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블록체인, 프론트엔드, 마케팅, 디자인, CS 지식, 그리고 다양한 여행 후기나 책 후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매주 알찬 발표를 들어볼 수 있었다. 

좋았던 점을 적어보자면,

1. 매주 2~3개의 발표를 들으며 '다양한' 기술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위 주제를 보면 알 수 있듯,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 프론트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분, 창업과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 등등 모두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스터디원들이 모여있어서, 내가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부분들에 대한 발표를 들으며 많이 얻어갈 수 있었다. 특히 새로운 자바스크립트 런타임 Bun이 새로 나왔을 때 프론트 개발자 친구가 발표 주제로 Bun 을 가볍게 소개해줬는데, 그 발표 이후로 커뮤니티에서 Bun 얘기가 자주 들려와서 혼자 굉장히 반갑고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ㅎㅎ

2. 개인적으로도 내 발표를 준비하며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갈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엔 발표 하나를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었다. 발표 주제를 정한 뒤에 발표자료도 준비해야 하고, 스크립트도 짜야하고, 발표 전엔 조금이라도 연습을 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연습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를 하게 되었던 게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점은 13주 정도 이어가고 나니 발표 주제와 내용만 정하고 나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즉석에서 설명할 수 있도록 성장했다는 것이다. 2주에 한 번씩 매주 발표 준비를 해야하다보니 회사 일이 바빠져 준비가 많이 안 된 채로 발표를 하게 된 적도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그런 발표도 다들 잘 들어주시고 질문도 많이 해주셔서 '준비 안 해도 어떻게 되긴 되는구나' 하며 점차 부담을 줄여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영어 실력이 는건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언어 공부에서 부담감을 떨쳐내는 일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3. 부담이 줄어도, 여전히 조금의 압박감은 있다. 
스터디를 진행하며 어느 정도 부담이 줄었다고도 했지만, 아무리 준비를 안하려고 해도 발표라는 상황의 특성상 듣는 청중이 있다보니 기본적인 준비는 꼭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내 경우에도 시간이 없어서 "이번 주는 대충 준비해야지!" 하고 생각한 날에도 막상 준비를 하다보면 발표를 들어주시는 분들에게 그래도 영양가 있는 얘기들을 전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겨 어떻게든 좋은 내용을 전달해보려고 노력하게 됐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 스터디가 '적당히 압박감은 있지만 또 그렇다고 처음만큼 부담은 되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딱 좋았던 것 같다 ㅋㅋ

 

아쉬웠던 점  + To be continued...

다들 바빠서 어쩔 수 없이 주말 아침 10시로 스터디 시간을 잡았었는데 그 점이 유일하게 힘들었던 점이 아닐까....? 매주 꼭 한 분씩은 연락 두절이 되곤 했던ㅋㅋㅋㅋ 그치만 나도 첫 스터디날부터 늦잠을 자서 할 말이 없다

익명은 지켜드리겠습니다 ^__^
^___^ ......

그밖엔 솔직히 별다른 아쉬웠던 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간만에 즐기면서 했던 스터디였다. 벌금도, 엄격한 운영 규칙도 없었음에도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고 다들 현생이 바쁜 사람들인 걸 알아서 몇 번 결석을 해도 서로를 이해해주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처음 설정했던 12주가 지나 스터디를 마무리하면서, 혹시 스터디가 다시 열리면 재참여 의사가 있는지 스터디원들께 여쭤봤는데 네 분 중 세 분이 다음 시즌에도 계속 스터디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다. 나머지 한 분도 회사 일이 바빠 잠깐 쉬지만, 바쁜 일이 끝나면 그 다음 시즌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하셔서, 아마 이 스터디는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진 후 내년에 새로운 시즌으로 쭉 이어가게 될 것 같다 ㅎㅎ

다음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함께 했던 분들께 한 번 개선점들을 여쭤보고 더 좋은 경험을 만들 수 있게 함께 개선해가보려고 한다.


이렇게 9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12주동안 달려온 영어 발표 스터디를 회고해보았다.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꽤나 재밌게 했던 스터디라서 ㅋㅋㅋ 쓰고나니 좋은 얘기밖에 없어 민망하지만, 스터디원분들과도 회고를 진행해보고 내용을 업데이트 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의미있는 일을 마무리할 때 짧게라도 이렇게 회고를 하면서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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